주요뉴스



청년창업도전,'서랍속추억꺼내기' 김수림 대표

비회원
2014-08-28
조회수 326

[청년 CEO 창업 도전기]  김수림 '서랍 속 추억 꺼내기' 대표


'서랍 속 추억 꺼내기’ 김수림 대표가 자신이 만든 인형을 안고 활짝 웃고 있다.


청년 실업자 100만 명. 청년실업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열정과 창의성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들이 있다. 우리 동네 청년 최고경영자(CEO)를 찾아 소개하는 시리즈의 두 번째 순서는 주부로서 인형공예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서랍 속 추억 꺼내기’ 김수림(38) 대표다.

먼지 쌓인 서랍 속에 담긴 추억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인형은 아련한 추억의 상징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인형이지만 가끔 유년기에 인형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김 대표는 서랍 속 인형을 꺼내들었다. 1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았던 그는 인형공예에 매력을 느껴 창업을 결심했다. 천안역 지하상가에 ‘서랍 속 추억 꺼내기’라는 작은 공방을 열었다. 중학생 아들이 서랍 속에서 구슬과 딱지를 꺼내 노는 모습을 보고 공방 이름을 지었다.

인형공예에 빠진 주부

김 대표는 22세에 결혼했다. 일찍 결혼한 편이라 20대는 거의 집안 살림을 하며 보냈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다 보니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우울증이 생기기도 했다. 2003년부터 2년간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도움으로 아동복 매장을 운영했지만 사회생활 경험이 없었던 탓인지 실패했다. 이후 다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그는 취미로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인형공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아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수업에 갔다가 나무판에 색펜으로 칠하는 우드팬시 공예에 매료됐다.

사실 그는 학창 시절 때까지만 해도 인형에 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예쁜 수제 인형을 볼 때마다 ‘어떻게 저걸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인형공예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인형공예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형공예를 배워두면 학교 강사로 수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김 대표는 2010년 말부터 천안의 한 공방에서 본격적으로 인형공예를 배웠다. 이듬해에는 남편의 지원을 받아 입장면에 작은 공방을 열었다. 남편은 처음엔 부인의 창업을 반대했다. 부인이 가정에 소홀할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부인의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해 공방을 만들어줬다.

공방을 연 뒤 김 대표는 공예 공부를 더욱 열심히 했다. 양말인형강사를 비롯해 공예기능사·POP디자인기능사 같은 자격증을 5개나 땄다. 201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입장면사무소에서 공예수업 봉사활동을 하고, 입장거봉포도축제에 2년간 참여해 우드팬시 공예 체험활동을 했다. 타고난 눈썰미와 손재주 덕분에 공방 수강생 시절엔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초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지원을 받아 서랍 속 추억 꺼내기를 차렸다. 지하상가를 지나가다 예쁜 인형을 보고 들르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났다. 김 대표는 “공방에서 바느질을 열심히 하다 보면 아무래도 더 정성을 쏟게 된다”며 “예쁜 인형이 탄생하면 기분이 좋고 하루 종일 즐겁다. 공방 밖에 진열해 두면 유심히 보는 분이 많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개인 전시회 열어 재능 펼치고 싶어

취미로 시작한 인형공예가 인생을 바꿔놓을 줄은 김 대표 자신도 몰랐다. 전업주부 땐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나이도 걸려 사회생활을 포기했지만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아 창업에 이르게 된 것이다. 김 대표가 만든 인형 종류는 다양하다. 곰·펭귄·고양이 같은 아기자기한 동물을 비롯해 시골 소녀와 소년을 형상화한 작품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주로 천이나 양말로 만드는데 우드팬시를 이용한 시계와 연필꽂이 같은 생활용품도 있다. 원목 소재 소품에 아크릴 물감으로 캐릭터를 그리는 톨 페인팅까지 한다.

그는 공방에서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즐겁다. 바느질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집에 와서도 바느질을 쉬지 않는다. 그는 “결혼 후 10년이 넘도록 집에만 있었는데 이제야 삶의 활력을 찾은 것 같아요. 제 이름을 건 품질 좋은 인형을 만들고, 돈을 좀 더 벌면 번화가에 공방을 차려 작품을 팔고 싶습니다. 나아가 제가 만든 인형들을 모아 전시회를 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문의 010-9419-8291

글= 중앙일보 이은희 인턴기자 eunhee92@joongang.co.kr
사진=중앙일보 채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