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60평생 이런 일이 없었는데"...가을가뭄 언제 해갈되려나


포크레인이 태안군 소원면 송현리의 송현저수지에서 준설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채원상 기자


충남 태안군 소원면 80가구의 든든한 젖줄인 송현저수지’. 당초 이 저수지에는 22만톤의 물이 찰랑찰랑 흘러 넘쳤다.

 


태안군 소원면 송현저수지 앞에 경고장이 붙어있지만, 이미 저수지 물은 없는 상태이다. 사진=채원상 기자

 

하지만 두세 달 전 극심한 가뭄으로 말라붙어 버리는 바람에, 물 대신 사람들이 들어와 준설작업을 하고 있다. 저수지 앞 수심이 깊고 위험하다는 팻말이 무색하다.

 


포크레인이 동원돼 태안군 소원면 송현리의 송현저수지 준설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채원상 기자

 

저수지 물이 고갈된 것은 1982년 준공이후 처음. 33년 만에 자신의 민낯을 드러낸 송현저수지는 준설작업을 통해 저수량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극심한 가뭄에 태안군 담당 공무원 역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쌀 농사를 짓는 이상범 씨가 가뭄으로 말라붙은 쌀알(위쪽)과 정상적인 쌀알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채원상 기자

 

서산 A지구 간척지 역시 가뭄의 상처를 받았다. 이곳에서 만난 농부 이상범(60) 씨는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벼 잎은 누런색을 띄고 있었다. 물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잎이 말라버린 것이다


이 현상은 지난달 초부터 시작됐다. 14년 전 이곳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 처음 보는 현상이다.

 


가뭄으로 말라붙은 벼잎과 정상적인 벼잎의 비교 모습. 사진=채원상 기자 


이 씨는 올해 농사를 지을 때 풍년을 기대했는데..., 작년만큼 수확량이 안 될 거 같다며 씁쓸해했다.

 

수확량도 수확량이지만 가격도 이 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대충 봐도 비어있거나 삐쩍 마른 쌀알들이 많았다


이 쌀들이 미곡종합처리장에 가면 다 날라가버려 제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천수만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데, 아무래도 물에 염분기가 있어요. 비가 오면 이 염분기가 없어지겠지만 하늘이 안 도와주고 있어요

 


보령시 천북면 보은리 이상범 씨 집 근처에 웅덩이. 당초 이곳은 깨끗한 물이 흘러넘쳤지만, 가뭄으로 물이 고갈된 상태이다. 사진=채원상 기자

 

보령시 천북면 그의 집 근처에는 10평짜리 웅덩이가 있다. 이곳의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는 이 씨는 물 자체가 워낙 깨끗해 잉어와 민물꽃게 등을 잡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초 이 웅덩이는 말라버렸다. 보령시 천북면에 가뭄이 아무리 극심해도 이 웅덩이는 마르지 않았다


60평생 처음 본 풍경이다. 부모님 세대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그가 잡아온 잉어와 민물꽃게 역시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죽어 있었다.

 

지금 수확기에 비가 많이 오면 농사가 망쳐버려요. 20일전에만 비가 많이 와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서산 천수만의 전경. 가뭄으로 말라붙은 일명 쭉정이 벼는 이미 다 베어진 상태이며(사진 위쪽),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곳은 아직도 벼 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채원상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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