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質은 나몰라라’ … 방범용 CCTV, 양만 늘었다

관리자
2015-04-03

지난 1월 23일 오전 2시 30분 대전시 중구 태평동 쌍용예가 아파트 인근 한 편의점 앞 도로. 이면도로인 이곳을 달리던 흰색 대형 알브이(RV) 차량이 지나던 60대 노인을 치고 잠시 주춤하더니 그대로 달아나버린다. 노인은 행인에 의해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신고를 받은 대전중부경찰서는 교통조사계 전원을 비상동원해 현장에서 유류품을 수거하는 한편 도주차량을 잡기 위해 주변에 세워져있던 자동차 블랙박스와 CCTV를 분석했다. 하지만 사고 시간이 심야시간대고 밤안개가 자욱해 차량 번호판 식별이 불가능했다.

사고 발생 18일 만인 2월 10일 도로방범CCTV 자료에서 유력한 용의차량을 특정, 차주가 살고 있는 충북 영동에서 용의자를 검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용의자 A씨는 사고 후 대전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의 거주지에 사고차량을 숨겨 놓은 채 다른 차량을 이용해 영동 집을 오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사고 3일 후인 지난 1월 26일 충북 영동 집으로 가기 위해 사고차량을 몰고 대전을 빠져나간 것이 대전 동구 세천동 인근 도로방범CCTV에 찍힌 것이다.

용의자는 경찰에 검거된 직후 범행을 부인하면서 사고 발생 며칠 전에 고라니를 치어 차량이 부서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A씨를 잡기 관할서인 대전중부경찰서 외에도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및 형사과 강력팀, 5개 경찰서 뺑소니팀으로 구성된 21명의 전담반을 편성했다. 도주차량의 이동경로로 추정되는 대전시청까지 4.8㎞상에 설치된 CCTV 약 100여대 이상을 판독, 화질이 양호한 탄방초등학교 앞 방범용 CCTV를 국과수로 감정 의뢰하는 한편, 보배드림 사이트에까지 도움을 구했으나 차량번호는 알아내는 데 실패했다. 겨우 알아낸 것은 도주차량이 선루프와 혼합번호판을 장착한 흰색 카니발Ⅱ 차량이며 앞 범퍼가 부서졌다는 것 정도였다. 해당 차량만도 전국에 4만 600여대에 달했다.

이와 함께 24시간 집중수사체제를 구축하고 연인원 400여명을 동원해 도주로 주변 탐문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이면도로 등에 대한 빠짐없는 수색활동을 병행하고 대전과 충남, 충북 지역 내 카니발 차량의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 차량 1500대의 단속 자료를 도로방범용 CCTV영상과 대조했다.

당초 경찰은 대전시내 주요도로에 설치된 도로방법CCTV 이틀 치만 뒤졌다. 하루 150만대가 넘는 차량이 해당 CCTV에 찍히니 이것만도 300만대가 넘는다. 그러나 경찰이 찾으려는 차량은 여기서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도심 외곽으로 빠져나간 차량으로 범위를 넓혔고, 사고 발생 3일 뒤인 1월 26일 대전 동구 세천동으로 빠져나간 차량 중에서 도주차량과 비슷한 차량을 발견했다. 발견 시점은 사고 발생 18일 만인 지난 2월 10일이다.

20일 가까이 진행된 경찰의 뺑소니 용의자 검거 과정을 보면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나?'하는 의문까지 든다.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사건 주변 방범용CCTV가 제 역할만 했어도 범인은 손 쉽게 잡힐 수 있었다. 


[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