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야식에 마음을 빼앗기는 계절이다. 여름철 잃었던 입맛이 깊어가는 가을밤이 다시 돌아왔다. 이
순간만큼은 잠시 다이어트와도 안녕을 고하고 야식의 유혹에 빠져 보자. 집 나간 입맛, 다시 돌아오는 우리 동네 야식 베스트4를 소개한다.
글=중앙일보 김난희 객원기자
사진=중앙일보 채원상 기자
1
탕떡
“탕수육, 다르게 만들지 않으면 손님이 안 와요. 섹시한 탕수육 한번
드셔보실래요?”
중화요리집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 행복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짜장면과 짬뽕 중 어느 것을 먹을 것이냐는 주문을
하는 그 순간에도 계속된다. 하지만 갓 튀겨져 나온 돼지고기 튀김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푹 찍어 먹는 탕수육은 고민할 것도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다.
과거 입학식, 졸업식, 생일날에만 맛봤던 고급 요리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퓨전 요리로 재탄생되면서 조금 더 특별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됐다. 가마솥 탕수육 ‘탕떡’은 이승구 사장의 고향인 평택에서 시작됐다. 그 맛을 인정받아 조금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어 천안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승구 탕떡 대표는 “제가 만든 탕수육을 처음 먹는 분들은 쫀득한 찹쌀 피 때문에 고기의 비계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찹쌀 피로 만든 탕수육은 식어도 잘 굳지 않아서 손님들이 좋아해요.”
탕수육의 주재료인 돼지고기 역시 질 좋은 등심
부위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기름 온도가 일정한 가마솥에서 튀겨내기 때문에 딱딱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탕수육으로 통한다. 주기적으로
깨끗한 기름으로 교체하고 한번에 하얗게 튀겨내 자체 개발한 소스를 곁들인다.
소스는 총 세 가지로 각각 특징이 다르다.
마늘간장으로 매콤한 맛을 낸 ‘섹시한 탕수육’, 양념치킨 소스맛의 ‘달콤한 탕수육’, 야채와 과일칵테일이 듬뿍 들어간 ‘상큼한 탕수육’이다.
바삭하게 튀긴 고기 위에 소스를 끼얹어 먹으면 인절미 같은 쫄깃한 식감의 찹쌀 탕수육을 맛볼 수 있다.
2
닭포
“닭포 모르세요? 우리 고향에서는 자주 먹었는데 ….”
경북 군위가 고향이라는 여진(닭포
대표)씨의 첫마디다. 이름부터 생소한 이 음식을 모르는 게 당연지사. 닭포는 이름 그대로 닭의 살을 얇게 포를 떠 숯불에 구워 먹는 음식이다.
“어릴 적 엄마가 이 닭포 구이를 자주 만들어 주셨어요. 닭을 직접 잡아 손질한 뒤 숯을 피우고 마당에 둘러앉아 먹으면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하지만 시작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닭도 직접 고향에서 공수하고 갖가지 양념도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오픈 첫날 손님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몸집이 큰 원종닭을 사용하다 보니 질긴 느낌의 식감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부부는 시중에 유통되는 일곱 가지 품종의 닭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여진 닭포 대표는 “보름 동안 가게
문을 걸어잠그고 지인들을 초대해 맛 테스트에 들어갔어요. 일일이 닭을 손질한 뒤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굽고 또 굽고, 남편은 새벽까지 양념 개발을
위해 주방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노력 끝에 자신이 찾던 소스 개발에 성공한 부부는 그때부터
승승장구했다. 저녁시간이면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성황이다.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10가지 양념의 비율을 드디어 찾은 것이다. 잘 손질된
싱싱한 닭살을 양념 없이 1차로 초벌구이한다. 그리고 특제 양념을 고루 발라 굽고, 70%가량 익었을 때 다시 한 번 양념을 덧발라 숯불을
쬐어준다. 훈연에 잘 익은 닭구이는 매운맛, 중간맛, 순한맛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약간 매콤하게 먹는 게 좋다.
3
마늘떡볶이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떡볶이 가게가 있다. 천안역 인근의 공설시장 내에 위치한 마늘떡볶이가 그
주인공이다. 지역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는 떡볶이, 그 실체가 궁금했다.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 아장아장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오는 꼬마손님,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떡볶이 하나로 맺어진 인연들이다. 가게 벽면에는 누구의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를 이름들과 낙서가 가득했다. 장혜린(31·주부)씨는 “어릴
적 시장에 올 때마다 엄마가 사주셨던 떡볶이인데, 이제는 딸아이와 함께 와요. 여기 떡볶이는 중독성이 있어 한번 먹으면 계속 먹고 싶어져요.
일명 마약 떡볶이라 불리죠”라고 말했다.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늘을 1차로 곱게 갈아 소스에 넣는다. 그리고
마늘즙·양파즙·고추장·고춧가루·설탕으로 간을 맞춘 뒤 특제 비법인 당근 분말과 양파 분말을 한 번 더 가미해 양념을 완성한다. 이 비법은 자체
개발한 소스로 특허까지 받은 상태다.
“제가 개발한 소스는 떡볶이 떡이 잘 불지 않고 단시간 내에 음식이 빨리 익는 장점이
있어요. 그 제조방법 때문에 특허를 내게 된 거예요.” 한국분 마늘떡볶이 대표의 말이다.
그는 마늘떡볶이의 주재료인 마늘의 경우
올 한 해 농사가 가장 잘됐다는 지역을 선별해 1년치를 미리 사둔다고 한다. 그 양이 무려 1t이나 된다. 고춧가루는 사장님의 친형이 진천에서
직접 기른 고추를 사용해 500근가량 구입한다. 그는 “좋은 재료를 써야 오랜 세월 동안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어요. 그게 제 비법입니다”라고
했다.
4
씨앗호떡
돼지국밥, 냉채족발, 동래파전, 부산어묵 등 부산의 남포동 먹자거리는 갖가지 간식들로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줄이 선 이색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승기가 먹어 화제가 된 씨앗호떡이다. 이
호떡은 남포동 거리에서 처음 시작돼 유명해져 부산의 대표적인 간식 메뉴가 됐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박정우(씨앗호떡 매니저)씨는 직접 부산에
내려가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박씨는 “고향이 경상도라 부산에 내려갈 일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꼭 먹는 게 바로 이
씨앗호떡인데, 좋아하다 보니 제가 직접 만들게 됐어요. 아직 천안에서는 생소한 메뉴지만 한번 먹으면 다시 꼭 생각나는 매혹적인 간식이죠”라며
자랑했다.
호떡 반죽은 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 미리 숙성시킨다. 동그랗게 빚은 반죽 안에 계핏가루를 넣은 흑설탕 믹서를 한 수저
넣는다. 기름을 두른 철판에 올린 뒤 밑면이 노릇하게 익기 전까지 누르개로 납작하게 누른 뒤 익힌다. 표면에 갈색 줄이 생길 때까지 익혀야
한다. 잘 익힌 호떡은 기름기를 빼고 그것을 누인 채로 반을 잘라 그 안에 견과류를 넣는다. 사용되는 견과류는 해바라기씨·아몬드·호박씨·땅콩 네
가지다. 종이컵에 하나씩 담겨 나오는 호떡은 견과류의 고소한 맛과 쫄깃쫄깃한 찹쌀 피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매일 당일 반죽해
그때그때 조리하는 씨앗호떡은 주말에는 1000개 이상 팔려나간다고 한다. 손님 이수진(24·대학생)씨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남포동에서
씨앗호떡을 먹어봤는데, 맛이 비슷한 것 같아요.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할 때 먹으니 더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야식에 마음을 빼앗기는 계절이다. 여름철 잃었던 입맛이 깊어가는 가을밤이 다시 돌아왔다. 이 순간만큼은 잠시 다이어트와도 안녕을 고하고 야식의 유혹에 빠져 보자. 집 나간 입맛, 다시 돌아오는 우리 동네 야식 베스트4를 소개한다.
글=중앙일보 김난희 객원기자
사진=중앙일보 채원상 기자
1 탕떡
“탕수육, 다르게 만들지 않으면 손님이 안 와요. 섹시한 탕수육 한번 드셔보실래요?”
중화요리집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 행복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짜장면과 짬뽕 중 어느 것을 먹을 것이냐는 주문을 하는 그 순간에도 계속된다. 하지만 갓 튀겨져 나온 돼지고기 튀김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푹 찍어 먹는 탕수육은 고민할 것도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다.
과거 입학식, 졸업식, 생일날에만 맛봤던 고급 요리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퓨전 요리로 재탄생되면서 조금 더 특별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됐다. 가마솥 탕수육 ‘탕떡’은 이승구 사장의 고향인 평택에서 시작됐다. 그 맛을 인정받아 조금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어 천안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승구 탕떡 대표는 “제가 만든 탕수육을 처음 먹는 분들은 쫀득한 찹쌀 피 때문에 고기의 비계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찹쌀 피로 만든 탕수육은 식어도 잘 굳지 않아서 손님들이 좋아해요.”
탕수육의 주재료인 돼지고기 역시 질 좋은 등심 부위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기름 온도가 일정한 가마솥에서 튀겨내기 때문에 딱딱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탕수육으로 통한다. 주기적으로 깨끗한 기름으로 교체하고 한번에 하얗게 튀겨내 자체 개발한 소스를 곁들인다.
소스는 총 세 가지로 각각 특징이 다르다. 마늘간장으로 매콤한 맛을 낸 ‘섹시한 탕수육’, 양념치킨 소스맛의 ‘달콤한 탕수육’, 야채와 과일칵테일이 듬뿍 들어간 ‘상큼한 탕수육’이다. 바삭하게 튀긴 고기 위에 소스를 끼얹어 먹으면 인절미 같은 쫄깃한 식감의 찹쌀 탕수육을 맛볼 수 있다.
2 닭포
“닭포 모르세요? 우리 고향에서는 자주 먹었는데 ….”
경북 군위가 고향이라는 여진(닭포 대표)씨의 첫마디다. 이름부터 생소한 이 음식을 모르는 게 당연지사. 닭포는 이름 그대로 닭의 살을 얇게 포를 떠 숯불에 구워 먹는 음식이다.
“어릴 적 엄마가 이 닭포 구이를 자주 만들어 주셨어요. 닭을 직접 잡아 손질한 뒤 숯을 피우고 마당에 둘러앉아 먹으면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하지만 시작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닭도 직접 고향에서 공수하고 갖가지 양념도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오픈 첫날 손님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몸집이 큰 원종닭을 사용하다 보니 질긴 느낌의 식감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부부는 시중에 유통되는 일곱 가지 품종의 닭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여진 닭포 대표는 “보름 동안 가게 문을 걸어잠그고 지인들을 초대해 맛 테스트에 들어갔어요. 일일이 닭을 손질한 뒤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굽고 또 굽고, 남편은 새벽까지 양념 개발을 위해 주방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노력 끝에 자신이 찾던 소스 개발에 성공한 부부는 그때부터 승승장구했다. 저녁시간이면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성황이다.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10가지 양념의 비율을 드디어 찾은 것이다. 잘 손질된 싱싱한 닭살을 양념 없이 1차로 초벌구이한다. 그리고 특제 양념을 고루 발라 굽고, 70%가량 익었을 때 다시 한 번 양념을 덧발라 숯불을 쬐어준다. 훈연에 잘 익은 닭구이는 매운맛, 중간맛, 순한맛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약간 매콤하게 먹는 게 좋다.
3 마늘떡볶이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떡볶이 가게가 있다. 천안역 인근의 공설시장 내에 위치한 마늘떡볶이가 그 주인공이다. 지역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는 떡볶이, 그 실체가 궁금했다.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 아장아장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오는 꼬마손님,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떡볶이 하나로 맺어진 인연들이다. 가게 벽면에는 누구의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를 이름들과 낙서가 가득했다. 장혜린(31·주부)씨는 “어릴 적 시장에 올 때마다 엄마가 사주셨던 떡볶이인데, 이제는 딸아이와 함께 와요. 여기 떡볶이는 중독성이 있어 한번 먹으면 계속 먹고 싶어져요. 일명 마약 떡볶이라 불리죠”라고 말했다.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늘을 1차로 곱게 갈아 소스에 넣는다. 그리고 마늘즙·양파즙·고추장·고춧가루·설탕으로 간을 맞춘 뒤 특제 비법인 당근 분말과 양파 분말을 한 번 더 가미해 양념을 완성한다. 이 비법은 자체 개발한 소스로 특허까지 받은 상태다.
“제가 개발한 소스는 떡볶이 떡이 잘 불지 않고 단시간 내에 음식이 빨리 익는 장점이 있어요. 그 제조방법 때문에 특허를 내게 된 거예요.” 한국분 마늘떡볶이 대표의 말이다.
그는 마늘떡볶이의 주재료인 마늘의 경우 올 한 해 농사가 가장 잘됐다는 지역을 선별해 1년치를 미리 사둔다고 한다. 그 양이 무려 1t이나 된다. 고춧가루는 사장님의 친형이 진천에서 직접 기른 고추를 사용해 500근가량 구입한다. 그는 “좋은 재료를 써야 오랜 세월 동안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어요. 그게 제 비법입니다”라고 했다.
4 씨앗호떡
돼지국밥, 냉채족발, 동래파전, 부산어묵 등 부산의 남포동 먹자거리는 갖가지 간식들로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줄이 선 이색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승기가 먹어 화제가 된 씨앗호떡이다. 이 호떡은 남포동 거리에서 처음 시작돼 유명해져 부산의 대표적인 간식 메뉴가 됐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박정우(씨앗호떡 매니저)씨는 직접 부산에 내려가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박씨는 “고향이 경상도라 부산에 내려갈 일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꼭 먹는 게 바로 이 씨앗호떡인데, 좋아하다 보니 제가 직접 만들게 됐어요. 아직 천안에서는 생소한 메뉴지만 한번 먹으면 다시 꼭 생각나는 매혹적인 간식이죠”라며 자랑했다.
호떡 반죽은 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 미리 숙성시킨다. 동그랗게 빚은 반죽 안에 계핏가루를 넣은 흑설탕 믹서를 한 수저 넣는다. 기름을 두른 철판에 올린 뒤 밑면이 노릇하게 익기 전까지 누르개로 납작하게 누른 뒤 익힌다. 표면에 갈색 줄이 생길 때까지 익혀야 한다. 잘 익힌 호떡은 기름기를 빼고 그것을 누인 채로 반을 잘라 그 안에 견과류를 넣는다. 사용되는 견과류는 해바라기씨·아몬드·호박씨·땅콩 네 가지다. 종이컵에 하나씩 담겨 나오는 호떡은 견과류의 고소한 맛과 쫄깃쫄깃한 찹쌀 피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매일 당일 반죽해 그때그때 조리하는 씨앗호떡은 주말에는 1000개 이상 팔려나간다고 한다. 손님 이수진(24·대학생)씨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남포동에서 씨앗호떡을 먹어봤는데, 맛이 비슷한 것 같아요.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할 때 먹으니 더 맛있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