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천안 지역 스쿨존

운전자 대다수 제한속도·신호 무시 … 어린이 안전 ‘빨간불’


천안 월봉초 앞에서 경찰관들이 과속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많은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무시하는 탓에 스쿨존 상당수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중앙일보 채원상 기자]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쿨존(School Zone)’이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부족으로 여전히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속, 신호 위반,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천안 지역 스쿨존의 안전 실태를 점검해 봤다. 


지난 27일 오후 천안시 성거읍에 있는 천안인애학교(정신지체 특수학교) 앞. 이 일대는 2005년 어린이 보호구역인 ‘스쿨존’으로 지정됐다. 이곳 왕복 4차로 도로는 주행 속도가 60㎞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제한속도를 지키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도로 폭이 넓고 신호등이 연동돼 있어 스쿨존인데도 많은 차량이 과속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인 안전띠조차 매지 않는 운전자도 허다했다. 갑자기 인도에서 차도로 뛰어나오는 아이들이 급정거하는 차량과 마주쳐 주변 사람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쯤 되면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많은 운전자가 속도를 줄일 생각 없이 그대로 스쿨존을 통과하는 바람에 이 같은 아찔한 상황은 계속해서 연출됐다.

이곳은 천안 시내 스쿨존 중에서도 운전자들의 신호·속도 위반으로 단속 건수가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이날 천안서북경찰서 교통과에서 두 시간 동안 단속을 벌여 모두 10여 대의 차량에 스티커를 발부했다.

또 다른 스쿨존인 천안시 쌍용동 월봉초등학교 앞. 왕복 4차로인 이 도로는 1999년 제한속도가 40㎞로 지정된 스쿨존이다. 경찰이 이곳에도 과속 단속을 알리는 표지판과 속도측정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인애학교와 달리 단속한 지 1시간이 지나도 적발된 차량이 없었다.

스쿨존에 과속을 막기 위한 과속방지턱이 설치돼 있고, 신호등도 연동되지 않아 운전자들이 속도를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경찰 단속이 끝나기 무섭게 신호와 속도를 위반하는 차량이 눈에 띄었다. 월봉초 인근에서 교통안전을 지도하는 조재수(80)씨는 “어린이가 많이 다니는 길인데 차가 빨리 달리면 사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걸 보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스쿨존 대부분 구불구불해 과속 측정 어려워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정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 도로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 스쿨존이다. 천안에 지정된 스쿨존은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근처 구역을 포함해 195곳에 달한다. 스쿨존에서는 차량 주행속도 제한, 주정차 금지 같은 사항을 규제해 어린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스쿨존을 지나는 운전자 대부분이 제한속도와 신호를 지키지 않아 어린이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서북경찰서는 올해 1월부터 어린이 보호 관련 교통단속을 벌여 모두 110건을 적발했다. 신호 위반, 안전띠 미착용, 과속 같은 운전자 과실로 인한 건수가 94건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16건은 어린이 통학버스 운행 위반 행위다. 운전자 의무 위반, 어린이 보호차량 노란색 표시 위반, 전조등 켜기 위반, 정지 표시 위반 등이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제93조 제2항)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의 범칙 금액은 일반 도로에 비해 2배로 부과된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가 처벌 법규를 잘 알지 못한다.

운전자의 의식 부재 탓도 있지만 스쿨존에서 과속을 알리는 속도계 같은 시설물이 작동하지 않고 단속하는 인력이 적은 점도 문제다. 스쿨존에서 단속을 하기 위해선 속도측정계를 사용해야 한다. 속도 측정은 110m 이상 직선거리에서 차량이 겹쳐 오지 않아야 제대로 된 측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내권 스쿨존은 대부분 구불구불하거나 단속을 위한 거리가 짧아 측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박용문 천안서북경찰서 경위는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쿨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가 미흡해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이 단속할 때만 법규를 지킬 것이 아니라 평소 스쿨존에 대한 안전운전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강태우 기자, 이은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