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착한 가격' 맛집 세 곳]
광명 홍두깨 칼국수, 대박한우정육식당, 윤박사 밀냉면
월급은 그대로인데 껑충껑충 뛰는 물가 때문에 혈압이 오를 지경이다. 그래서 외식비부터 아껴 보자고 마음먹었는데 그 또한 쉽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점심값 1만원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1만원을 쥐어야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이 불합리한 현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나름 주부 8단은 된다고 자부하는 아줌마 기자와 함께 나섰다. ‘착한 맛집’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광명 홍두깨 칼국수
온양온천시장에
가면 줄 서서 먹는 손칼국숫집이 있다. 온양온천 맛집으로 알려져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광명 홍두깨 칼국수’가 바로
그곳이다.
가게 근처만 가도 입맛을 자극하는 멸치육수 냄새가 솔솔 풍겨 온다. 손칼국수 가격은 2900원. 하지만 싸다고 해서 대충
흉내만 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칼국수 한 그릇을 내놓기 위해서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면을 뽑기 전 세 번의 반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24시간 숙성 시간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는 쫄깃한 칼국수 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멸치 육수 또한 대충 우려내는 법이 없다. 전남 여수에서 직접 공수해 온 멸치를 무와 함께 우려 10시간 동안 은근한
불에 끓여 낸다. 멸치 특유의 비린맛을 없애는 비법이 있기는 하나 그건 특급 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단다.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육수에 면과 호박, 양파를 넣어 한 번 더 끓여 내면 손칼국수가 완성된다. 넉넉하게 담겨 나오는 손칼국수는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김진수(44) 사장은 “가격이 저렴하다고 음식의 질도 함께 낮아지면 안 된다”며 “적어도 손님에게 돈을 받고 내놓는 음식은
맛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윤을 조금 덜 남기더라도 손님이 많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대박한우정육식당
직장인
점심 메뉴 부동의 1위 김치찌개의 평균 가격은 6000원. 그런데 천안시 성정동에 가면 큼직한 돼지고기가 들어 있는 김치찌개를 3900원에 먹을
수 있다.
구수한 맛이 나는 선지해장국의 가격은 착해도 너무 착한 가격 2900원. ‘대박한우정육식당’에서 이렇듯 파격적인 점심
메뉴를 선보인 것은 올해 1월부터다.
2013년 3월 야심차게 가게 문을 연 김진구(36)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점심 메뉴를
준비해 두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고깃집이다 보니 점심 손님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 가격을 낮춰보기로 마음먹었다. 기존에 5000원에
판매하던 김치찌개를 3900원에, 선지해장국을 2900원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을 낮춰 적게 남더라도 입소문이 나서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면 그게 곧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 사장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점심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가계 매출도 올랐고, 순이익이 10% 정도 상승했다. 처음엔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가게를 찾은 사람들이 음식 맛을 보고 한 번
더 가게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우와 한우 잡뼈를 넣어 끓여낸 선짓국은 냄새부터 입맛을 당긴다. 칼칼하고 담백한
맛의 김치찌개는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아 깔끔한 맛이 더욱 좋다.
윤박사
밀냉면
부산에서는
여름철 냉면보다 밀면이 인기다. 냉면에 비해 면발이 부드럽지만 쫄깃해 식감이 좋은 데다 시원하고 진한 육수 맛도 일품이기 때문이다. 가격 또한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데 아산시 배방읍에 가격은 저렴하면서 맛과 양은 절대 뒤지지 않는 밀면이 있다. 2년 전 배방읍
공수리에 문을 연 ‘윤박사 밀냉면’은 냉면과 칼국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 어떤 메뉴도 5000원을 넘지 않는 게 특징인데, 그중
여름철 인기 메뉴는 역시나 밀면이다. 부산이 고향인 한재환(34) 사장은 8년 전 배방에 자리를 잡았고 이후 밀면과 칼국수를 파는 가게를 가족과
함께 운영해 왔다. 그런데 이곳의 밀면은 부산의 밀면과 차이가 있다. 밀면을 충청도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킨 것이다. 반죽은 24시간
숙성을 거쳐 쫄깃함을 더하고 부산의 밀면보다 조금 얇게 뽑아낸다.
식감을 조금 더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육수 또한 다르다.
일반적으로 밀면의 육수는 돼지사골을 사용하지만 한 사장은 조금 더 깊고 진한 맛을 내기 위해 한우사골과 한약재를 넣어 육수를 뽑는다. 돼지사골이
아닌 한우사골을 쓰면 원가가 올라가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했다. “다만 다른 집보다 조금 덜 남기는
것뿐”이란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일하다 보니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윤박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글=중앙일보 장찬우
기자, 윤현주 객원기자
사진=중앙일보 채원상 기자
[우리 동네 '착한 가격' 맛집 세 곳]
광명 홍두깨 칼국수, 대박한우정육식당, 윤박사 밀냉면
월급은 그대로인데 껑충껑충 뛰는 물가 때문에 혈압이 오를 지경이다. 그래서 외식비부터 아껴 보자고 마음먹었는데 그 또한 쉽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점심값 1만원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1만원을 쥐어야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이 불합리한 현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나름 주부 8단은 된다고 자부하는 아줌마 기자와 함께 나섰다. ‘착한 맛집’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광명 홍두깨 칼국수
온양온천시장에 가면 줄 서서 먹는 손칼국숫집이 있다. 온양온천 맛집으로 알려져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광명 홍두깨 칼국수’가 바로 그곳이다.
가게 근처만 가도 입맛을 자극하는 멸치육수 냄새가 솔솔 풍겨 온다. 손칼국수 가격은 2900원. 하지만 싸다고 해서 대충 흉내만 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칼국수 한 그릇을 내놓기 위해서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면을 뽑기 전 세 번의 반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24시간 숙성 시간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는 쫄깃한 칼국수 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멸치 육수 또한 대충 우려내는 법이 없다. 전남 여수에서 직접 공수해 온 멸치를 무와 함께 우려 10시간 동안 은근한 불에 끓여 낸다. 멸치 특유의 비린맛을 없애는 비법이 있기는 하나 그건 특급 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단다.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육수에 면과 호박, 양파를 넣어 한 번 더 끓여 내면 손칼국수가 완성된다. 넉넉하게 담겨 나오는 손칼국수는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김진수(44) 사장은 “가격이 저렴하다고 음식의 질도 함께 낮아지면 안 된다”며 “적어도 손님에게 돈을 받고 내놓는 음식은 맛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윤을 조금 덜 남기더라도 손님이 많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대박한우정육식당
직장인 점심 메뉴 부동의 1위 김치찌개의 평균 가격은 6000원. 그런데 천안시 성정동에 가면 큼직한 돼지고기가 들어 있는 김치찌개를 3900원에 먹을 수 있다.
구수한 맛이 나는 선지해장국의 가격은 착해도 너무 착한 가격 2900원. ‘대박한우정육식당’에서 이렇듯 파격적인 점심 메뉴를 선보인 것은 올해 1월부터다.
2013년 3월 야심차게 가게 문을 연 김진구(36)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점심 메뉴를 준비해 두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고깃집이다 보니 점심 손님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 가격을 낮춰보기로 마음먹었다. 기존에 5000원에 판매하던 김치찌개를 3900원에, 선지해장국을 2900원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을 낮춰 적게 남더라도 입소문이 나서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면 그게 곧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 사장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점심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가계 매출도 올랐고, 순이익이 10% 정도 상승했다. 처음엔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가게를 찾은 사람들이 음식 맛을 보고 한 번 더 가게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우와 한우 잡뼈를 넣어 끓여낸 선짓국은 냄새부터 입맛을 당긴다. 칼칼하고 담백한 맛의 김치찌개는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아 깔끔한 맛이 더욱 좋다.
윤박사 밀냉면
부산에서는 여름철 냉면보다 밀면이 인기다. 냉면에 비해 면발이 부드럽지만 쫄깃해 식감이 좋은 데다 시원하고 진한 육수 맛도 일품이기 때문이다. 가격 또한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데 아산시 배방읍에 가격은 저렴하면서 맛과 양은 절대 뒤지지 않는 밀면이 있다. 2년 전 배방읍 공수리에 문을 연 ‘윤박사 밀냉면’은 냉면과 칼국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 어떤 메뉴도 5000원을 넘지 않는 게 특징인데, 그중 여름철 인기 메뉴는 역시나 밀면이다. 부산이 고향인 한재환(34) 사장은 8년 전 배방에 자리를 잡았고 이후 밀면과 칼국수를 파는 가게를 가족과 함께 운영해 왔다. 그런데 이곳의 밀면은 부산의 밀면과 차이가 있다. 밀면을 충청도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킨 것이다. 반죽은 24시간 숙성을 거쳐 쫄깃함을 더하고 부산의 밀면보다 조금 얇게 뽑아낸다.
식감을 조금 더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육수 또한 다르다. 일반적으로 밀면의 육수는 돼지사골을 사용하지만 한 사장은 조금 더 깊고 진한 맛을 내기 위해 한우사골과 한약재를 넣어 육수를 뽑는다. 돼지사골이 아닌 한우사골을 쓰면 원가가 올라가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했다. “다만 다른 집보다 조금 덜 남기는 것뿐”이란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일하다 보니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윤박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글=중앙일보 장찬우 기자, 윤현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