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을 맞아 극장들도 대목을 맞았고, 영화 마니아들은 호사를 누릴 때입니다. 특히 이번 여름엔 잇따라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의 사극 열풍인데요.
‘군도:민란의 시대(윤종빈 감독, 하정우·강동원 주연)’는 7월23일 개봉, 10일 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7월30일 개봉한 ‘명량(김한민 감독, 최민식·주승룡 주연)’이 개봉 3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서며, 귀선( 龜船.거북선)처럼 불을 뿜으며 내 달리고 있죠.
두 작품은 이른 추석이 낀 9월까지 한국영화를 쌍끌이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명량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
기자는 영화 명량을 7월31일 자정에 대전 둔산동의 M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목요일 자정임에도 관람석을 메운 관객들을 보니 이영화의 흥행몰이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영화는 조선 선조 30년(서기 1597년). 당시 조선수군은 칠전량해전의 참패로 궤멸되다시피 해 육군으로 복귀명령을 받은 상태. 조선정부로부터 핍박과 비방으로 심신이 약해진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합니다. 이 장군은 리더쉽과 지략, 백성들의 협동으로 12척의 배로 300여척의 왜군을 완파, 역사에 기리 빛나는 승리를 일군 명량해전의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명량-관람 포인트
우리가 잘 아는 역사적 사실인지라 영화의 결과를 알고 보는 영화이다보니, ‘이순신, 명량해전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 낼 것인가’
또한 ‘180억 원이나 들여 제작했다는데 그 영상은 어떨까’가 영화관람 핵심포인트였습니다.
먼저 배우 최민식이 분한 이순신이 궁금할 수밖에 없죠. 지금까지 보여 준 최민식의 연기는 주로 선 굵고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최민식이 명량에서 분한 이순신은 달랐습니다.
여태 봐왔던 이순신보다 훨씬 나약합니다. 조선정부의 모진고문과 핍박, 계속된 전쟁의 피로, 열악한 조건, 전투를 반대하는 부하들 등. 그의 심신은 그 악조건에 갉아 먹은 듯 각혈을 하고, 악몽을 꾸고, 우유부단해 보입니다. 특히 갑옷을 벗은 모습은 초췌하고 영락없는 필부 노인네. 전혀 멋져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군 장수들은 구루지와(류승룡 분) , 와키자카(조진중 분)의 복색도 화려하고, 기개도 용맹해 보입니다. 구루지와 장수복장에 한·일 장인들의 솜씨에 2800만원이나 들어갔다고 하니 명불허전.
왜장 구루지와(류승룡 분)
여기에 대배우 최민식의 힘 뺀 연기는 당시 고뇌와 두려움, 최악의 조건에 직면한 이순신의 인간애를 관객이 함께 호흡하게 합니다. 이 영화에는 최근 발견된 충무공의 난중일기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해상전투 장면. 매트페인팅(컴퓨터그래픽과 실사의 합성)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헐리우드 영화는 CG(컴퓨터그래픽)를 사용할 때 장면이 주로 한밤이거나, 어두운 배경을 이용합니다. 티나는 것을 최대한 감추려 하기 때문인데요.
명량의 전투장면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벌어진 전쟁장면이 오후까지 이어지는데 자연스럽고 몰입감을 이어갑니다.
명량, 이건 '아쉽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이순신을 인간적으로 표현하다보니 기개와 용맹, 치밀한 분석과 전략부분의 묘사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운으로 얻어진 승리로 묘사되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쟁이고, 교과서, 드라마, 영화로 수없이 봐 온 스토리이나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있으면 관객의 이해를 도울 수 있지 않았을까요.
특히 영화 절정부에 조선수군의 배 판옥선이 왜군의 배와 부딪치는 장면에서 왜군의 배가 부서지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당시 조선수군의 판옥선(板屋船)은 소나무로 매우 견고하게 지은 배인 반면, 왜군의 세키부네(関船)는 삼나무로 만들어 배의 속도는 빨랐으나 하나 매우 약했죠.
이 장군은 적의 약점과 아군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명량해협의 울돌목에 가두고, 배와배끼리 부딪쳐 부숴버리는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이를 잘 모르는 관객들은 이 장면을 사실이 아닌 영화적 허구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량, 위기의 시대, 기회를 찾는 해법
영화는 그러나 감동으로 이끌어 갑니다. 특히 대장선의 침몰위기에 등장해 구하는 백성들, 바닷가에서 승리를 응원하는 백성들의 펄럭임, 격꾼(군함의 노를 젓는 사람)으로 배 밑에서 엔진의 역할을 하는 민초들...
그들의 합력한 팀플레이는 떠났던 장수도 돌아오게 하고 결국 승리를 빚어냅니다.
이순신, 명량해협(전남 해남과 진도사이 바다)의 특수성보다 군민(軍民)의 단합된 마음이 값진 승리를 일구었음을 강조합니다.
군과 민은 있었으나, 관(官)은 없었죠. 관은 오히려 정쟁과 권력자의 시기로 인해 동서고금의 에이스 이순신을 적장의 손이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죽이려 합니다.
정쟁이나 국제정세 당시 조선이나, 지금 대한민국이나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명량'은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 수 있는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통해 웅변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명량해협(전남 해남과 진도)
사진: 명량제작사 빅스톤픽처스
글:오치석 기자 ocs4400@daum.net
여름휴가철을 맞아 극장들도 대목을 맞았고, 영화 마니아들은 호사를 누릴 때입니다. 특히 이번 여름엔 잇따라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의 사극 열풍인데요.
‘군도:민란의 시대(윤종빈 감독, 하정우·강동원 주연)’는 7월23일 개봉, 10일 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7월30일 개봉한 ‘명량(김한민 감독, 최민식·주승룡 주연)’이 개봉 3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서며, 귀선( 龜船.거북선)처럼 불을 뿜으며 내 달리고 있죠.
두 작품은 이른 추석이 낀 9월까지 한국영화를 쌍끌이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명량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
기자는 영화 명량을 7월31일 자정에 대전 둔산동의 M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목요일 자정임에도 관람석을 메운 관객들을 보니 이영화의 흥행몰이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영화는 조선 선조 30년(서기 1597년). 당시 조선수군은 칠전량해전의 참패로 궤멸되다시피 해 육군으로 복귀명령을 받은 상태. 조선정부로부터 핍박과 비방으로 심신이 약해진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합니다. 이 장군은 리더쉽과 지략, 백성들의 협동으로 12척의 배로 300여척의 왜군을 완파, 역사에 기리 빛나는 승리를 일군 명량해전의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명량-관람 포인트
우리가 잘 아는 역사적 사실인지라 영화의 결과를 알고 보는 영화이다보니, ‘이순신, 명량해전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 낼 것인가’
또한 ‘180억 원이나 들여 제작했다는데 그 영상은 어떨까’가 영화관람 핵심포인트였습니다.
먼저 배우 최민식이 분한 이순신이 궁금할 수밖에 없죠. 지금까지 보여 준 최민식의 연기는 주로 선 굵고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최민식이 명량에서 분한 이순신은 달랐습니다.
여태 봐왔던 이순신보다 훨씬 나약합니다. 조선정부의 모진고문과 핍박, 계속된 전쟁의 피로, 열악한 조건, 전투를 반대하는 부하들 등. 그의 심신은 그 악조건에 갉아 먹은 듯 각혈을 하고, 악몽을 꾸고, 우유부단해 보입니다. 특히 갑옷을 벗은 모습은 초췌하고 영락없는 필부 노인네. 전혀 멋져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군 장수들은 구루지와(류승룡 분) , 와키자카(조진중 분)의 복색도 화려하고, 기개도 용맹해 보입니다. 구루지와 장수복장에 한·일 장인들의 솜씨에 2800만원이나 들어갔다고 하니 명불허전.
왜장 구루지와(류승룡 분)
여기에 대배우 최민식의 힘 뺀 연기는 당시 고뇌와 두려움, 최악의 조건에 직면한 이순신의 인간애를 관객이 함께 호흡하게 합니다. 이 영화에는 최근 발견된 충무공의 난중일기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해상전투 장면. 매트페인팅(컴퓨터그래픽과 실사의 합성)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헐리우드 영화는 CG(컴퓨터그래픽)를 사용할 때 장면이 주로 한밤이거나, 어두운 배경을 이용합니다. 티나는 것을 최대한 감추려 하기 때문인데요.
명량의 전투장면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벌어진 전쟁장면이 오후까지 이어지는데 자연스럽고 몰입감을 이어갑니다.
명량, 이건 '아쉽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이순신을 인간적으로 표현하다보니 기개와 용맹, 치밀한 분석과 전략부분의 묘사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운으로 얻어진 승리로 묘사되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쟁이고, 교과서, 드라마, 영화로 수없이 봐 온 스토리이나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있으면 관객의 이해를 도울 수 있지 않았을까요.
특히 영화 절정부에 조선수군의 배 판옥선이 왜군의 배와 부딪치는 장면에서 왜군의 배가 부서지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당시 조선수군의 판옥선(板屋船)은 소나무로 매우 견고하게 지은 배인 반면, 왜군의 세키부네(関船)는 삼나무로 만들어 배의 속도는 빨랐으나 하나 매우 약했죠.
이 장군은 적의 약점과 아군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명량해협의 울돌목에 가두고, 배와배끼리 부딪쳐 부숴버리는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이를 잘 모르는 관객들은 이 장면을 사실이 아닌 영화적 허구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량, 위기의 시대, 기회를 찾는 해법
영화는 그러나 감동으로 이끌어 갑니다. 특히 대장선의 침몰위기에 등장해 구하는 백성들, 바닷가에서 승리를 응원하는 백성들의 펄럭임, 격꾼(군함의 노를 젓는 사람)으로 배 밑에서 엔진의 역할을 하는 민초들...
그들의 합력한 팀플레이는 떠났던 장수도 돌아오게 하고 결국 승리를 빚어냅니다.
이순신, 명량해협(전남 해남과 진도사이 바다)의 특수성보다 군민(軍民)의 단합된 마음이 값진 승리를 일구었음을 강조합니다.
군과 민은 있었으나, 관(官)은 없었죠. 관은 오히려 정쟁과 권력자의 시기로 인해 동서고금의 에이스 이순신을 적장의 손이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죽이려 합니다.
정쟁이나 국제정세 당시 조선이나, 지금 대한민국이나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명량'은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 수 있는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통해 웅변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명량해협(전남 해남과 진도)
사진: 명량제작사 빅스톤픽처스
글:오치석 기자 ocs44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