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영국,스페인..유럽 재래시장 투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여행에 맛있는 음식이 빠지면 재미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여행 시간도 빠듯한데 언제 레스토랑에 자리 잡고 앉아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겠느냐는 것. 한국 식당과는 달리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럽에서는 여유 있는 식사를 즐기는 일이 더욱 어렵다.

그래서 준비했다. 바로 '재래시장 투어.' 다양한 먹거리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의 광장시장처럼 세계 곳곳에도 '재래시장 맛집'이 숨어 있다. 현지인들 삶에 녹아들고, 시간도 절약하고, 입까지 즐거우니 그야말로 '일석삼조'.


佛 파리 라스파유 비오 마르셰

[사진 〓Paris Tourist Office·프랑스관광청]   


' 빵의 천국' 프랑스답게 파리 재래시장 곳곳에는 갓 구운 빵을 파는 가게가 넘쳐난다. 구수한 빵 내음에 취해 파리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잊지 못할 추억이 쌓인다.
'맛의 천국' 프랑스 파리인 만큼 다양한 먹거리로 무장한 이곳 재래시장은 항상 관광객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우선 파리 최대의 유기농식품 시장인 '라스파유 비오 마르셰(Marche Bio Raspail)'. 최근 프랑스에서 각광받는 웰빙 식단을 위한 식재료를 대거 판매한다는 점에서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항상 붐빈다.

시간을 내 교외에서 일부러 찾는 이들도 많을 정도다. 질 좋은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르트 등 맛 좋은 간식거리를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일요일 오전 8시에서 오후 1시까지만 문을 여니 일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라스파유 비오 마르셰가 유기농 식재료로 승부를 건다면 파리 고급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이에나 마르셰(Marche Iena)'는 상류층을 상대로 하는 시장이다.

고 급 레스토랑 주방장들이 식재료 구입을 위해 찾을 정도니 품질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치즈나 향신료는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호강할 수 있다. 여기에 크레이프, 피자 등 간단한 요깃거리도 판매하니 눈과 입 모두가 즐거운 곳이다.

▶▶가는 법〓라스파유 비오 마르셰는 지하철 12호선 르네스역 인근, 이에나 마르셰는 지하철 12호선 레나역과 가깝다.

파리 화훼시장에서 이름 모를 꽃과 풀을 바라보면 어느새 기분이 상쾌해진다.



영국 런던 버러 시장

"피시 앤드 칩스(Fish and Chips)만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2012 런던올림픽 취재를 위해 영국 런던을 다녀온 선배의 푸념이다. 대영박물관, 빅 벤, 타워브리지, 세인트폴 대성당 등 넘쳐나는 볼거리와 대조적으로 뭔가 허전한 먹거리로 관광객 불평이 가득한 런던. 구겨진 런던 먹거리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곳 중 하나가 버러 시장이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일단 규모에서 압도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식재료 시장으로 알려진 이곳은 규모에 걸맞게 세계 각지에서 공수된 최고 품질의 식재료가 모여든다.

북적북적 사람들 사는 냄새를 맡고 싶다면 주중 오전 2~8시에 방문하면 된다. 노량진 수산시장 새벽 모습처럼 영국 전역에서 모여든 식재료들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는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먹거리도 풍성하다. 돌아다니다 보면 커다란 프라이팬에 스페인 전통 요리 '파에야'가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풍긴다. 작은 규모 카페에 들어가면 다양한 샌드위치를 커피 한 잔과 즐길 수 있다. 술안주로 적당한 치즈를 큼지막하게 걸어놓고 파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달콤한 케이크, 파이 등 디저트를 파는 가게도 관광객들 시선을 끈다.

▶▶가는 법 〓 런던브리지에서 걸어서 15분. 오픈 시간이 요일별로 다르니 홈페이지 (www.boroughmarket.org.uk)에서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스페인 마드리드 산미구엘 시장




스페인 마드리드 산미겔 시장에 위치한 정육점에서 한 상인이 스페인 전통요리 하몽을 썰고 있다.
'하늘을 나는 것 중에는 비행기, 땅에 있는 것 중에는 책상 빼고 다 먹는다.' 중국의 풍성한 음식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다. 여기서 중국 대신 들어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국가가 하나 더 있다.

모든 직장인의 로망 '시에스타(낮잠)'로 유명한 스페인이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미구엘 시장에 가면 위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고기부터 시작해서 해산물, 과일, 채소, 빵, 케이크, 쿠키 등 없는 음식이 없다. 스페인 전통 음식 하몽은 선명한 붉은 빛깔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달달한 샹그리아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바게트 위에 각종 해산물을 올려놓은 간식거리를 보면 어느새 군침이 돌면서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오랜 세월 마드리드인들의 식탁을 책임진 덕분에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로부터도 사랑을 받는 산미구엘 시장. 오후 8시 이후부터 본격적인 저녁식사가 시작되는 스페인만의 독특한 문화 때문인지 밤 늦게까지 사람들로 붐빈다. 와인이나 맥주를 기울이며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현지인들 모습이 정겹다. 여기에 가격까지 착해 한 끼를 해결하기도 좋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가는 법 〓 마드리드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오페라역에서 걸어서 5~10분. 근처에 마드리드 왕궁, 마요르 광장 등이 있어 항상 관광객들로 붐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


 
오후 8시부터 본격적인 저녁식사가 시작되는 스페인. 다양하고 저렴한 간식거리를 갖춘 재래시장 역시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붐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가 위치한 바스크 지방과 '앙숙'인 카탈루냐 지방의 상징 바르셀로나. 자존심 경쟁을 벌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바르셀로나 역시 먹거리가 풍부하다.

이처럼 스페인에 다양한 먹거리가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들만의 '타파스(Tapas) 문화'다. 식사 전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한입 크기로 만들어 내놓는 '타파스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스페인의 재래시장이다. 마드리드에 산미구엘 시장이 있다면 바르셀로나에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보케리아 시장이 있다. 오랜 세월 바르셀로나인들의 입맛을 책임진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선홍빛 하몽(돼지고기를 얇게 저며 말린 스페인 전통요리)이 관광객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몽 4~5점 가격이 2유로에 불과할 정도다. 하몽으로 입맛을 돋우고 나면 본격적인 '맛집 투어'가 시작된다. 서울 광장시장처럼 수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자리에 앉아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바르셀로나 항구에서 공수해온 해산물로 만든 간단한 요깃거리부터 시작해서 과일 절임, 쿠키 등을 과일 주스와 함께 먹으면 어느덧 허기가 사라진다. '많이 먹으면 식사를 제때 못 할 텐데'라는 걱정이 생기기도 하지만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음식 앞에 바로 '무장해제'다.

▶▶가는 법〓바르셀로나 지하철 3호선 리시우역에서 도보로 5분. 일요일은 열지 않는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돌라체 시장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한 돌라체 시장의 모습. 다양한 먹거리, 식재료뿐만 아니라 동유럽 특유의 수공예품까지 살 수 있다.

   

국내 한 TV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뒤 그야말로 '대박'을 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볼거리 가득한 이곳에도 다양한 먹거리는 빠지지 않는다. 자그레브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돌라체 시장은 1930년대 세워졌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시장 규모는 자연스럽게 커졌고, 이제는 자그레브를 방문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시장 곳곳에 매대를 세워놓고 싱싱한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을 파는 상인들의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아 정겹다. 시장 한편에 자리 잡은 꽃시장에는 화사하게 피어난 꽃이 '낭만의 도시' 자그레브 여행의 운치를 더한다. 싱싱한 과일이나 적당한 간식거리를 들고 파스텔톤의 고풍스러운 자그레브 거리를 걷다 보면 절로 피로가 씻긴다. 이곳에서 파는 계란들은 '부활절 계란'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경우가 많은데, 계란 장식만으로도 하나의 예술과도 같아 먹기 아쉬울 정도다.

여름에 여행한다면 반드시 맛봐야 하는 것이 상큼한 맛을 자랑하는 과일들이다. 체리, 산딸기, 무화과 등 한국에서 쉽게 맛보기 어려운 과일들이 곳곳에서 관광객을 유혹한다.

여기에 동유럽 정서가 물씬 묻어나는 다양한 수공예 기념품도 파니 기념품을 사기에도 제격이다.

▶▶가는 법〓자그레브 대성당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버러 시장과 마찬가지로 오픈 시간이 다르니 홈페이지(www.trznice-zg.hr)를 확인해야 한다.

[기사제공=좋은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