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은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다.
낯선 나라, 낯선 문화, 낯선 사람들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은 세계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하지만 생각은 하면서도 이를 현실로 옮기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당장 먹고 사는 현실이 발목을 붙들기에 쉽사리 떠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를 접어두고 1년 6개월간 북남미를, 자전거로 여행한 부부가 있다. 2016년 7월 20일 출국해 2018년 2월 8일 천안으로 돌아온 홍정기(36), 유성옥(32) 부부, 그들이 궁금했다.
글=윤현주 기자 20040115@hanmail.net
사진=채원상 기자
‘쫄보’ 아내, 추친력 좋은 남편을 만나 자전거에 오르다.
장장 18개월 동안 자전거를 타고 15개국을 다닌 부부기에 쿵짝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 솔직해지자면 성격이나 취미가 비슷해 ‘눈빛만 봐도 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인터뷰 시작부터 예상 밖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저는 집순이에 쫄보에요. 여행 경험도 없었고 그보다 중요한 건 자전거도 탈 줄 몰랐어요.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다니는 건 오로지 남편의 꿈이었어요. 연애 할 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전 ‘자전거’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죠. 그러다 결혼직후 남편이 2년 후에 자전거 세계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알았다고 했어요.”
두려움이 많은 성옥 씨였지만 정기 씨와 함께 하는 일이기에 별다른 두려움은 가지지 않았다.
더구나 여행 코스부터 크고 작은 준비까지 모두 정기 씨가 알아서 했기에 경비를 모으는 것 외엔 크게 신경 쓸 일도 없었다. 문제는 여행을 6개월 앞두고 배우기 시작한 자전거 뿐 이었다.
“겁이 많으니 자전거를 배우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게 다쳤는데 그 다음엔 자전거를 타는 게 무서워졌어요. 그러다보니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는 상태에서 여행길에 올랐죠.”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한 자전거 여행은 위태로움의 연속이었다.
“처음 4일 정도는 아내가 매일 진통제를 먹었어요. 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몸을 만들고 자전거를 타서 무리가 없었는데 아내는 힘들었죠. 그래서 조금 토닥거리기도 했어요.”
정기 씨의 이야기가 끝나자 성옥 씨가 말을 이었다.
“제가 힘들다고 혼자 가라고 투덜거리니까 처음 받아주던 남편도 나중엔 화가 났어요. 남편이 화내면 저는 괜한 서러움에 우는 거죠. 그런데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또 따라 나서요. 말은 자전거 여행인데 실은 ‘생존’이었거든요.”
세상은 넓고, 친구는 많다!
부부는 이번 여행을 통해 정말 많은 사람들 만났다고 했다. 이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 중인 사람들을 만나 같이 다니기도 하고요, 또 ‘웜샤워’라고 자전거 여행자를 위해 집을 내어주는 분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도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필요한 건 없는지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난 한국인 부부에게 사람은 몹시도 친절했다. 부부는 페루에서는 난생 처음 본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해 함께 춤을 추고 어울린 이야기부터, 파라과이 농가에서 만난 인심 좋은 아주머니 이야기, 그리고 브라질에서 만난 정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쉼없이 풀어 놓았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정말 따뜻해요.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20살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요. 그 친구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우리 부모님 집 근처가 너무 예뻐’하면서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갔더니 밭도 보여주고, 파티도 해주고, 또 다른 곳도 소개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연결된 집에 갔더니 고등학생이 학교 축제에도 초대해줘서 함께 즐기다 왔어요. 우리와는 마인드가 달라요.”
유명 관광지를 따라 다니는 여행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국적인 풍경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느끼는 세상은 여행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삶이라는 여행길을 함께 갈 동반자를 찾은 여행
이들 부부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치 않았다. 그저 ‘못한다고 생각하면 못할 이유는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생각 이상으로 얻은 것이 많았다.
“에콰도르 코토팍시 산에서 캠핑을 했어요. 새벽에 본 코토팍시의 모습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어요. 그런 풍경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의미가 큰 것 같아요.”
대자연 속에서 느껴지던 감동은 사람에게서 받은 감동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획득은 서로가 아닐까 싶다.
“24시간 붙어 있었으니 사사건건 부딪히죠. 더구나 해가 빨리 지는 곳에선 밤이 되면 할 일이 없거든요. 텐트 치고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싸워도 금방 풀어야 하는 현실도, 둘이서 이 여행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도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아요. 전우애라는 게 생겼다고 할까요?”
성옥 씨는 남편이 아니었다면 절대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없었을 거라고 덧붙였다.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루 120km를 달리던 정기 씨와 성옥 씨의 자전거는 여전히 일상을 함께 하는 중이다. 서툰 자전거 실력 때문에 고생했던 성옥 씨는 이제 자전거가 좀 편해졌고, 정기 씨는 여전히 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세계여행’은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다.
낯선 나라, 낯선 문화, 낯선 사람들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은 세계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하지만 생각은 하면서도 이를 현실로 옮기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당장 먹고 사는 현실이 발목을 붙들기에 쉽사리 떠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를 접어두고 1년 6개월간 북남미를, 자전거로 여행한 부부가 있다. 2016년 7월 20일 출국해 2018년 2월 8일 천안으로 돌아온 홍정기(36), 유성옥(32) 부부, 그들이 궁금했다.
글=윤현주 기자 20040115@hanmail.net
사진=채원상 기자
‘쫄보’ 아내, 추친력 좋은 남편을 만나 자전거에 오르다.
장장 18개월 동안 자전거를 타고 15개국을 다닌 부부기에 쿵짝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 솔직해지자면 성격이나 취미가 비슷해 ‘눈빛만 봐도 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인터뷰 시작부터 예상 밖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저는 집순이에 쫄보에요. 여행 경험도 없었고 그보다 중요한 건 자전거도 탈 줄 몰랐어요.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다니는 건 오로지 남편의 꿈이었어요. 연애 할 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전 ‘자전거’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죠. 그러다 결혼직후 남편이 2년 후에 자전거 세계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알았다고 했어요.”
두려움이 많은 성옥 씨였지만 정기 씨와 함께 하는 일이기에 별다른 두려움은 가지지 않았다.
더구나 여행 코스부터 크고 작은 준비까지 모두 정기 씨가 알아서 했기에 경비를 모으는 것 외엔 크게 신경 쓸 일도 없었다. 문제는 여행을 6개월 앞두고 배우기 시작한 자전거 뿐 이었다.
“겁이 많으니 자전거를 배우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게 다쳤는데 그 다음엔 자전거를 타는 게 무서워졌어요. 그러다보니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는 상태에서 여행길에 올랐죠.”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한 자전거 여행은 위태로움의 연속이었다.
“처음 4일 정도는 아내가 매일 진통제를 먹었어요. 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몸을 만들고 자전거를 타서 무리가 없었는데 아내는 힘들었죠. 그래서 조금 토닥거리기도 했어요.”
정기 씨의 이야기가 끝나자 성옥 씨가 말을 이었다.
“제가 힘들다고 혼자 가라고 투덜거리니까 처음 받아주던 남편도 나중엔 화가 났어요. 남편이 화내면 저는 괜한 서러움에 우는 거죠. 그런데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또 따라 나서요. 말은 자전거 여행인데 실은 ‘생존’이었거든요.”
세상은 넓고, 친구는 많다!
부부는 이번 여행을 통해 정말 많은 사람들 만났다고 했다. 이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 중인 사람들을 만나 같이 다니기도 하고요, 또 ‘웜샤워’라고 자전거 여행자를 위해 집을 내어주는 분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도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필요한 건 없는지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난 한국인 부부에게 사람은 몹시도 친절했다. 부부는 페루에서는 난생 처음 본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해 함께 춤을 추고 어울린 이야기부터, 파라과이 농가에서 만난 인심 좋은 아주머니 이야기, 그리고 브라질에서 만난 정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쉼없이 풀어 놓았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정말 따뜻해요.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20살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요. 그 친구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우리 부모님 집 근처가 너무 예뻐’하면서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갔더니 밭도 보여주고, 파티도 해주고, 또 다른 곳도 소개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연결된 집에 갔더니 고등학생이 학교 축제에도 초대해줘서 함께 즐기다 왔어요. 우리와는 마인드가 달라요.”
유명 관광지를 따라 다니는 여행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국적인 풍경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느끼는 세상은 여행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삶이라는 여행길을 함께 갈 동반자를 찾은 여행
이들 부부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치 않았다. 그저 ‘못한다고 생각하면 못할 이유는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생각 이상으로 얻은 것이 많았다.
“에콰도르 코토팍시 산에서 캠핑을 했어요. 새벽에 본 코토팍시의 모습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어요. 그런 풍경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의미가 큰 것 같아요.”
대자연 속에서 느껴지던 감동은 사람에게서 받은 감동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획득은 서로가 아닐까 싶다.
“24시간 붙어 있었으니 사사건건 부딪히죠. 더구나 해가 빨리 지는 곳에선 밤이 되면 할 일이 없거든요. 텐트 치고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싸워도 금방 풀어야 하는 현실도, 둘이서 이 여행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도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아요. 전우애라는 게 생겼다고 할까요?”
성옥 씨는 남편이 아니었다면 절대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없었을 거라고 덧붙였다.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루 120km를 달리던 정기 씨와 성옥 씨의 자전거는 여전히 일상을 함께 하는 중이다. 서툰 자전거 실력 때문에 고생했던 성옥 씨는 이제 자전거가 좀 편해졌고, 정기 씨는 여전히 자전거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