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매개는 몹시 다양하다.
사람에 따라, 관계에 따라 소통의 방법은 달라진다.
그런데 성인의 소통에 있어 ‘술’만큼 좋은 매개가 없다는데 반기를 들 이는 없을 것이다.
물론 ‘과하지 않게 적당히’라는 전제가 따라야 하겠지만.
아산 지중해마을에 위치한 <몽펠리에>는 낮에는 커피를, 밤에는 와인을 파는 카페다.
그저 스쳐 지날 땐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한 걸음 다가서면 특별함이 보인다.
와인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음악을 잇는 김동복 대표가 있기 때문이다.
글= 윤현주 기자 20040115@hanmail.net
사진= 채원상 기자
지금은 카페 <몽펠리에>의 안주인으로 살고 있지만 사실 김동복 대표는 와인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대형 주류회사 와인사업팀에서 14년간 일을 했고 직접 와인회사를 경영할 만큼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고 애정도 크다. 카페를 시작한 것 또한 와인을 통해 소통하고 싶어서였다.
“우리나라 사람은 와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와인은 비싸고, 그래서 뭔가 특별한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전 생각이 좀 달라요. 와인은 술이면서 음료에요. 외국 사람들은 와인을 ‘생명의 물’이라는 의미로 아쿠아비테(Aqua-Vitae)라고 이야기 하고 실제 물만큼 와인을 즐겨요. 와인의 맛과 향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와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김 대표는 포도가 유명한 탕정에서 와인을 매개로 소통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다.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와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김동복 <몽펠리에> 대표
“와인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있어요. 그리고 음악과 잘도 어울리죠. 그래서 카페 안에서 콘서트를 열고, 와인 클래스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와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보다 쉽게 다가 설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생각한 거죠.”
김 대표는 2014년 3월부터 하우스 콘서트 시작해 지금껏 25회의 공연을 열었다.
지역의 작은 카페에서 열리는 콘서트라고 해서 이름 없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과 재즈 보컬리스트는 물론이고 프랑스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레미 파노시앙, 미국 출신의 재즈 보컬리스트 에미 마이어까지 지역에서 만나기 힘든 해외 뮤지션들까지 <몽펠리에>를 찾았다.
“그동안 공연을 하면서 관객이 가장 많았던 게 68명이었어요. 제대로 된 음향장비도, 격식도 갖추지 않았지만 뮤지션들도 관객도 모두 만족해하는 공연이었어요. 큰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있다고 할까요? 서로가 눈을 맞추며 함께 즐기는 공연도, 공연이 끝나고 와인을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도 무척이나 특별했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작업은 늘 만만치 않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공연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표정 때문이었다.
“사실 저에게는 이런 파티가 일상이었어요. 와인은 음악과 파티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와인 메이커 디너’에 자주 참여했고 자연스럽게 즐겼죠. 그런데 일반인들에게는 와인과 함께하는 하우스 콘서트가 이색적인 이벤트이기도 하고, 일상을 벗어난 휴식이 되더라고요. 그 순간을 즐기는 이들의 행복한 표정이 저를 또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와인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큰 김 대표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을 잘 마시는 건 아니다. 와인 두 잔이 김 대표의 주량이지만 그 두 잔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몽펠.
브라이다 일 바치알레 몬페라토 로쏘.
“와인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에요. 맛과 향을 충분히 음미하는 게 중요하죠. 와인에 얽힌 이야기 중에 재미있는 것도 많아요. 그래서 저는 카페에 오는 손님들에게 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해요. 맛으로도 즐기지만 그 속에 든 이야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 와인이거든요.”
<몽펠리에>에는 3만 원대부터 30만원이 넘는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고가의 와인을 권하지 않는다. 성별과 연령을 고려해 부담스럽지 않은 와인을 추천하고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스스로의 역할이라 믿기 때문이다.
“비싼 와인이 좋은 와인은 아니에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것처럼 와인도 입에 맞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거든요. 그래서 입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그렇게 와인에 입문하고 와인의 매력에 조금씩 빠지면 그 다음에 조금 더 전문적으로 와인에 접근 할 수 있게 하고요.”
와인 전문가 손진호 교수를 초빙해 8주간의 와인 클래스를 열고, 국가대표 소믈리에 김협 씨를 초청해 와인 강의를 연 것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물론 생각했던 것 이상의 반응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와인의 맛과 향에 천천히 스며드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와인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분들이 꽤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음악을 고르고, 마리아주를 준비하는 게 제게 주어진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똑 같은 와인도 어떤 분위기에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잖아요. 더 많은 분들이 와인을 통해 위로 받고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소통의 매개는 몹시 다양하다.
사람에 따라, 관계에 따라 소통의 방법은 달라진다.
그런데 성인의 소통에 있어 ‘술’만큼 좋은 매개가 없다는데 반기를 들 이는 없을 것이다.
물론 ‘과하지 않게 적당히’라는 전제가 따라야 하겠지만.
아산 지중해마을에 위치한 <몽펠리에>는 낮에는 커피를, 밤에는 와인을 파는 카페다.
그저 스쳐 지날 땐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한 걸음 다가서면 특별함이 보인다.
와인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음악을 잇는 김동복 대표가 있기 때문이다.
글= 윤현주 기자 20040115@hanmail.net
사진= 채원상 기자
지금은 카페 <몽펠리에>의 안주인으로 살고 있지만 사실 김동복 대표는 와인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대형 주류회사 와인사업팀에서 14년간 일을 했고 직접 와인회사를 경영할 만큼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고 애정도 크다. 카페를 시작한 것 또한 와인을 통해 소통하고 싶어서였다.
“우리나라 사람은 와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와인은 비싸고, 그래서 뭔가 특별한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전 생각이 좀 달라요. 와인은 술이면서 음료에요. 외국 사람들은 와인을 ‘생명의 물’이라는 의미로 아쿠아비테(Aqua-Vitae)라고 이야기 하고 실제 물만큼 와인을 즐겨요. 와인의 맛과 향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와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김 대표는 포도가 유명한 탕정에서 와인을 매개로 소통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다.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와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김동복 <몽펠리에> 대표
“와인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있어요. 그리고 음악과 잘도 어울리죠. 그래서 카페 안에서 콘서트를 열고, 와인 클래스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와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보다 쉽게 다가 설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생각한 거죠.”
김 대표는 2014년 3월부터 하우스 콘서트 시작해 지금껏 25회의 공연을 열었다.
지역의 작은 카페에서 열리는 콘서트라고 해서 이름 없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과 재즈 보컬리스트는 물론이고 프랑스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레미 파노시앙, 미국 출신의 재즈 보컬리스트 에미 마이어까지 지역에서 만나기 힘든 해외 뮤지션들까지 <몽펠리에>를 찾았다.
“그동안 공연을 하면서 관객이 가장 많았던 게 68명이었어요. 제대로 된 음향장비도, 격식도 갖추지 않았지만 뮤지션들도 관객도 모두 만족해하는 공연이었어요. 큰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있다고 할까요? 서로가 눈을 맞추며 함께 즐기는 공연도, 공연이 끝나고 와인을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도 무척이나 특별했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작업은 늘 만만치 않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공연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표정 때문이었다.
“사실 저에게는 이런 파티가 일상이었어요. 와인은 음악과 파티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와인 메이커 디너’에 자주 참여했고 자연스럽게 즐겼죠. 그런데 일반인들에게는 와인과 함께하는 하우스 콘서트가 이색적인 이벤트이기도 하고, 일상을 벗어난 휴식이 되더라고요. 그 순간을 즐기는 이들의 행복한 표정이 저를 또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와인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큰 김 대표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을 잘 마시는 건 아니다. 와인 두 잔이 김 대표의 주량이지만 그 두 잔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몽펠.
브라이다 일 바치알레 몬페라토 로쏘.
“와인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에요. 맛과 향을 충분히 음미하는 게 중요하죠. 와인에 얽힌 이야기 중에 재미있는 것도 많아요. 그래서 저는 카페에 오는 손님들에게 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해요. 맛으로도 즐기지만 그 속에 든 이야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 와인이거든요.”
<몽펠리에>에는 3만 원대부터 30만원이 넘는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고가의 와인을 권하지 않는다. 성별과 연령을 고려해 부담스럽지 않은 와인을 추천하고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스스로의 역할이라 믿기 때문이다.
“비싼 와인이 좋은 와인은 아니에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것처럼 와인도 입에 맞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거든요. 그래서 입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그렇게 와인에 입문하고 와인의 매력에 조금씩 빠지면 그 다음에 조금 더 전문적으로 와인에 접근 할 수 있게 하고요.”
와인 전문가 손진호 교수를 초빙해 8주간의 와인 클래스를 열고, 국가대표 소믈리에 김협 씨를 초청해 와인 강의를 연 것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물론 생각했던 것 이상의 반응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와인의 맛과 향에 천천히 스며드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와인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분들이 꽤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음악을 고르고, 마리아주를 준비하는 게 제게 주어진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똑 같은 와인도 어떤 분위기에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잖아요. 더 많은 분들이 와인을 통해 위로 받고 소통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