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부터 외제차까지.. 클래식 카 소장가 [홍순철 씨]


아산시 배방읍 북수리에 위치한 마늘보쌈 집 앞에는 노란색 차 한 대가 늘 주차돼있다. 


세월을 머금은 흔적이 역력한데다 난생처음 보는 차였기에 ‘심상치 않은 자동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물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차’가 아니라 ‘차 주인’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저 차 주인은 저 차를 저기에 왜 세워 둔걸까?’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의전차량. 1975년형 올즈모빌 델타88 로얄 컨버터블.(사진 속 인물이 홍순철씨)


가게 안은 일반적인 보쌈집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무엇보다 동방신기, 하지원, 유지태와 같은 유명 연예인이 클래식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벽 한쪽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의전차량 실내


박정희 전 대통령 의전차량 앞 모습.

박정희 전대통령 의전차량.


나는 야, 클래식카 마니아


돈통마늘보쌈 대표 홍순철(55) 씨는 기자에게 자신을 ‘올드 클래식카 마니아’라 소개했다. 


자동차가 좋아 1997년 봄부터 중고차 딜러로 일하고 있다는 홍 사장은 어려서부터 자동차에 대한 꿈이 있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통령 영부인이 타던 1982년형 재규어. 당시 강남 은마아파트 9채 가격과 맞먹는 가격이었다.




“헐리웃 영화를 보면서 ‘아, 나도 언젠가를 저런 자동차를 타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땐 참 막연한 꿈이었는데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나 봐요.”



로얄살롱.


2000년부터 클래식카를 수집하기 시작한 그는 현재 12대의 국내외 클래식카를 소유하고 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는 단순히 오래되어 가치 있는 차가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자동차가 많다. 



르망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1975년형 올즈모빌 델타88 로얄 컨버터블. 


이는 실제 박정희 전 대통령 의전차로도 쓰였다. 



스텔라


자동차 등록증을 확인했더니 청와대 소속으로 대통령 경호실장의 명의로 되어 있던 차였다고 한다. 


대통령 영부인이 탔던 1982년형 재규어도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강남 은마 아파트 9채 가격과 맞먹는 가격”이었다.




클래식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홍 사장이 클래식카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자 언론에서 그를 인터뷰하기 시작했고, 이후 그의 클래식카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광고, 뮤직비디오, 화보 촬영을 위해 기획사들이 앞 다투어 연락이 오기 시작하면서 부수입도 생기게 됐다.



배우 정우성(왼쪽)이 화보 촬영때 사용한 홍순철씨(오른쪽) 소유 클래식카.



배우 최민식과 유지태가 영화촬영때 사용한 홍순철씨 소유 클래식카.


“10년도 더 전 일인데 잠깐 나갔다 오면 100만원에서 330만원까지 받았어요. 


최근에는 500만원쯤 받고요. 그런데 클래식카를 대여해서 수입이 생기면 이상하게도 내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클래식카는 내 소유지만 나만 즐겨서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요?”


그래서 홍 사장은 클래식카를 대여하고 받은 돈을 5년 동안 청소년 장학금으로 내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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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와 같은 크고 작은 문화행사에서 클래식카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무료 전시 제안도 기꺼이 수락했다. 


“클래식카를 매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의미 있는 기억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홍 사장은 “클래식카가 자신을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프레스토


“얼마냐고요? 안 팔아요!”


홍 사장의 클래식카는 여전히 인기다. 


클래식카를 보기 위해 제주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찾아오는 이도 있다. 


간혹 “얼마냐?”며 팔 것을 제안하는 이도 만난다. 그럴 때마다 홍 사장은 손사래를 친다.


“비싼 돈 받고 팔 거면 진작 팔았죠. 저는 클래식카를 전시장에 두고 그 모습만 관찰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클래식카가 진정 클래식카로서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정식 번호판을 달고 전국 어디든 달려야 해요. 


자동차는 사람을 싣고 도로를 달려야 자동차로서 가치가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홍 사장은 매일 12대의 클래식카를 자식 돌보듯 돌본다. 


손이 가는 건 물론이고 작은 부품 하나 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여전히 클래식카의 홍 사장에게 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클래식카를 가게 앞에 세워둔 이유가 있나요? 귀한 차인데 괜히 흠집이라도 날까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기자의 질문에 홍 사장은 그런 걱정은 접어두라고 했다. 흠집이 좀 나더라도 클래식카를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더 좋다면서 말이다.


“언젠가 ‘사장님 때문에 제 눈이 호강합니다’하고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가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 때 제 기분이 어땠는줄 아세요? 제가 클래식카 마니아라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했어요. 


만약 클래식카를 소유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인사를 절대 듣지 못했을 거잖아요.”


그래서 홍 사장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클래식카를 즐길 수 있도록 오늘도 차를 가게 앞에 주차해두고 있다. 


‘클래식카 마니아 홍순철이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라고 할까?


[라이프뉴스 윤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