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 돌와왔다'에 관한 불편한 진실

언젠가부터, TV프로그램에서는 그야말로 아빠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엄마들의 독박육아가 정석이었다면, 이제는 아빠들에게 그 바통이 넘어간 셈이다.


유명 연예인 아빠들을 앞세워, 그와 똑 닮은 2세들을 만인에 공개하면서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갖은 재롱과 애교를 선보이며 첫 방송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KBS '수퍼맨이 돌아왔다'방송캡쳐화면


능숙한 엄마와는 달리 하나부터 열까지 서툴기 짝이 없는 이들 아빠는 수시로 난관에 부딪히고 아이한테 절절매며 어찌 할 줄을 모른다. 하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던 초보아빠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점점 아이와 친해지고 아내의 고달픔을 이해한다.


방송을 핑계로 아이와 함께한 48시간은 어쩌면 이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너무도 이쁜 사랑이와 쌍둥이, 삼둥이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지어질 정도로 사랑스럽지만, 나의 육아현실을 뒤돌아보면 공허함이 몰려온다.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리느라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 또는 한 부모 자녀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부모인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서 많은 부모들은 좌절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방송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반 가정에서 그들처럼 매일매일 이벤트를 한다거나 아이들만을 위해 내 모든 시간을 투자 하기는 힘들 것이다.



기자의 아이는 올해 4살 6살이 됐다. 한해가 시작되면서 그들의 표현은 더 거침없어졌고 제법 그럴싸한 완벽 문장을 구사하며 심지어 비유, 은유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아니 다시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엄마 머리위에서 자유자재로 핸들링이 가능하다.


어느 날 함께 tv 시청을 하는 도중 큰아이가 대뜸 묻는다. 


“엄마! 우리는 왜 저런데 안가? 저기 아빠는 맨날 놀아주는데, 나는 왜 아빠가 안 놀아줘! ”

심.지.어 “우리 돈 없어?” 라는 질문을 하며, 엄마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6살짜리가 벌써 돈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니.


그날 밤, 기자는 많은 생각들을 했다. 출장이 잦은 아이의 아빠 때문에 벌써 수개월째 혼자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 아빠의 부재를 아이들이 느끼지 않게, 마음을 다잡고 육아에 열의를 다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먹다 흘린 우유 한컵에 무너지기도 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일부러 그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안보여 준적도 있다. 취지야 어쨌든 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기자에게 새드무비였다.


그리고 생각한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그들도 사람이니, 카메라가 안 돌아갈 땐 나처럼 간혹 아이들에게 미친 듯 화를 내본 적이 있겠지? 또한 가사도우미들이 살림을 도와주기 때문에 우아한 육아가 가능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모든 걸 투자해도 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로우니 가능하겠지? 하는, 약간의 배아픔과 질투어린, 그리고 동경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


KBS '수퍼맨이 돌아왔다'방송캡쳐화면


심지어, 이번엔 <아빠를 부탁해!>가 새롭게 시작되면서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 첫회 만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 각종 언론에는 그들 2세의 외모에 칭찬일색이었다.


그들이 아빠와 어떻게 지내는지 보다는 그들의 화려하고 고급스런 집안 분위기에 시선이 사로잡힌다. 흥부네 식구가 다 살아도 남을 만큼의 넒은 평수와 고급스런 가구들이 일단 나를 1차 주눅 들게 하고, 뭔가 일반스럽지 않은 그들의 환경이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았다.


마냥 그렇게 고까운 시선을 보는 것만은 아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들도 육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 좋았고 '육아는 혼자가 아닌 같이 하는 것'이라는 취지 또한 감사하다.

하지만, 공허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라이프뉴스 김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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