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때문에 미쳐버리겠어요!”

M뉴스
2018-01-23 11:41

“동생이 생긴 후 아이가 미친 듯이 먹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말려도 안돼요. 날이 갈수록 아이는 살이 쪄가고, 주변에서는 아이 몸을 보고 혀끝을 차고.... 저도 미치고 환장 할 노릇인데 도무지 방법이 없어요. 달래도 보고, 야단도 쳐봤는데 말을 들어 먹질 않으니... 우리 아이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미치고 팔짝 뛸 일’과 마주하게 된다.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겠다 생각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고, 이성적으로 사고 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엄마들은 벼랑 끝에 선 느낌이다. 

그래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볼까 생각하지만 선뜻 신경정신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경정신과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글=윤현주 기자 20040115@hanmail.net

사진=채원상 기자

 


편견이 병을 키운다.

우리는 신경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신경정신과에 다닌다고 하면 뭔가 큰 문제를 지닌 ‘정신질환자’로 여겨질까 두려워하고 병원기록 또한 낙인이 될까봐 걱정한다. 

더구나 내 아이에게 생긴 문제라면 부모 입장에서는 더욱 신중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신중함이 잘못된 편견에 기인한 것이라면 자칫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는 이야기 한다.

“마음의 병도 몸의 병과 같아요. 초기에는 쉽게 치료가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병이 깊어지면 그만큼 치료가 힘들어 지죠. 더구나 신경정신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봄신경정신과 진성훈 원장은 “신경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신경정신과는 마음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길라잡이

흔히들 신경정신과는 ‘정신증’을 앓는 사람이 가는 곳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평소와는 다른 정서 상태가 지속되거나 무기력증이 반복 되는 등 일상적인 생활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 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신경정신과다.

“병원을 언제 가야한다는 기준은 없어요. 다만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하나?’히는 생각이 들면 정신과 전문의에게 의논해 보는 좋습니다. 본인의 상태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만약 문제가 있다면 어떤 치료를 어떻게 받는 게 좋을지 전문의가 길을 잡아줄 테니까요.”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눈에 보이는 현상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검증된 심리검사를 통해 내재되어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원인을 치료해 나가는 것이 신경정신과 전문의에게 주어진 역할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늘 짜증을 내고 엄마는 늘 화를 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눈에 보이는 현상은 똑 같지만 원인은 다 달라요.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특히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나타났다면 이는 반드시 부모와 함께 검사를 하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필요에 따라 부모도 함께 치료를 하고요. 사실 이런 경우 아이보다 엄마를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제 행동이 생겼을 때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심리요법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심리요법은 ‘해결되지 못한 갈등’이 있을 땐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동생이 태어났다거나, 부모의 갈등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었을 때는 심리요법이 도움이 되죠. 하지만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생리화학적 원인으로 발병하는 질환의 경우는 심리요법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바르게 진단하고 치료법을 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죄책감 대신 책임감을 가져야

아이 문제로 전문기관을 찾는 부모들은 상당수가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아이에게서 나타난 문제가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아이의 문제가 부모로부터 비롯된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나 이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자칫 부모가 가진 죄책감이 아이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 입장에서는 별별 생각이 다 들 겁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건 죄책감이나 자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을 치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라 생각합니다. 보다 넓게 생각하고 큰 그림을 보고 치료해 나갈 수 있도록 부모가 담대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진원장은 인터뷰 말미 아이 때문에 미쳐버리겠다는 부모들에게 전문기관에 손 내미는 걸 망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망설이다가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