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여고생 동반투신자살 “학교 측 ‘퇴학 경고’ 때문” 주장

관리자
2015-03-18

유가족, 학교·학교장·담임교사

'관리소홀 및 학교폭력' 고소장 접수



▲ 지난 9일 대전 중구에서 투신해 숨진 김 모(16)양의 유서.

최근 대전에서 여고생 2명이 투신해 숨진 것과 관련, 유가족이 "학교 측의 관리소홀로 학생들이 숨졌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 A여고 1학년 같은 반에 재학 중인 김모(16)·유모(16)양은 지난 9일 오후 7시 58분께 대전 중구 대종로 한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당시 이들은 가족들에게 유서를 남겼으며, 신변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유서와 친구들의 증언을 토대로 '담임교사의 모욕적인 발언과 심한 질타 때문에 아이들이 뛰어내렸다. 아이들이 실종된 상황에서 학교 측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해 자살을 미리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막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7일 유가족들은 대전중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친 학교와 학교장, 담임을 고발한다”며 “유서에 분명 담임에 대한 언급이 있음에도 비관자살로 수사를 종결한 경찰에도 재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9일 대전 중구 한 건물에서 동반투신해 숨진 김모(16)양과 유모(16)양의 유가족들이 17일 대전중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양과 유 양이 학교 측의 관리소홀과 담임교사의 퇴학 발언으로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당일 해당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 교사에게 적발돼 담임교사에게 훈계를 받았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남자 담임교사가 ‘너희들은 퇴학을 당할 거다. 부모님을 모셔와라’고 말했으며, 같은 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벗어서 앞에 놔라’고 말해 학생들이 심한 수치심을 느껴 자살을 택했다는 것이다.

또 이날 오후 3시 30분께 교사에게 훈육을 받은 뒤 5시 30분께 아이들은 학교에서 사라졌고, 같은 반 친구들이 교사에게 ‘애들이 사라졌다’고 세 차례 말했지만, 교사는 오후 7시가 돼서야 아이들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으며 그 후에도 적극적으로 찾으려 하지 않았다고 유가족들은 주장했다.

담임교사는 오후 8시 6분께 김양의 어버지에게 상담을 위해 학교 방문을 요구했고, 김양 아버지는 8시 40분께 학교에 도착했지만 딸과 교사 누구도 만나지 못했고 딸은 전화도 받지 않았다.

김양의 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오후 9시 2분께 딸에게 다시 전화를 했고 그제서야 통화가 됐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이는 딸이 아닌 딸의 죽음을 알리는 경찰관이었다. 학교로부터 상담 방문 전화를 받기 전 이미 딸은 투신한 상태였다.

숨진 김 양은 유서에 “학교 다니기 너무 싫다. 담임선생님 때문에 너무 힘들다. 공부 잘하면 착안 애고 딴 짓하면 양아치로 본다”며 “아빠 행복하게 잘 살아. 속 썩이고 가서 미안해. 내가 하늘에서 지켜볼게 모두들 잘 살아”라고 남겼다.

또 김 양은 “ㅇㅇ이와 ㅇㅇ이는 죄책감 갖지 말고 내 몫까지 잘 살아”라고 적었는데, 유가족들은 이 부분을 놓고 학교폭력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흡연은 잘못됐다. 하지만 학생을 타이르고 가르쳐야지 다른 아이들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하고 옷을 벗으라고 하는 등 수치심을 줘서는 안 됐다. 어린 나이에 퇴학이라는 말을 듣고 상처받았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며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이 사라졌다면 찾아보고 열심히 연락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학교 측은 직무를 유기했다”고 외쳤다.

유가족들이 이날 제시한 김 양과 유 양의 중학교 친구들이 자필로 작성한 확인서를 보면 “친구(김양)가 울면서 전화를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퇴학을 시키겠다고 했는데 부모님한테 미안해서 말을 못하겠다. 차라리 자살하겠다'고 했다. 자기 죽으면 장례식장에 꼭 오라고 했다”고 적혀있다.

유가족들은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씨는 “경찰이 발견한 딸아이의 유서에 ‘담임선생님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가 있음에도 경찰은 신변비관 자살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게다가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유 양의 유서에는 ‘담임이 퇴학하라고 했는데 부모님께 도저히 말할 수 없어 죽겠다’는 말이 있다”며 “교사가 심한 언행을 한 것도 학교폭력인데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학교폭력은 없다고 단정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 양의 어머니는 “아이 유서는 그날 사건 현장에 있던 노트에 적혀있었는데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경찰이 일부러 사건을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해당 학교와 학교장, 담임교사를 직무유기와 관리소홀, 학교폭력 등으로 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물론 나머지 학생들도 충격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 유가족들이 제시한 투신 여고생 친구의 확인서. 투신한 김 양과 유 양이 교사의 '퇴학' 언급에 충격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해당 학교장은 이날 “지난 3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단 며칠 만에 사고가 났다. 구성원 모두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며 “유가족의 재수사 과정에서 죄가 있다면 마땅히 벌을 받겠다. 자식 잃은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헤아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육청에서 전문상담사들이 와서 남은 학생들의 정신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위험군 인자가 무려 100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학생들 지키는 것도 힘들다”며 “담임교사에게 병원치료를 권유했으나 쓰러지더라도 아이들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담임교체 등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심정을 호소했다.

담임교사는 사건 당일 충격을 받고 쓰러졌으나 현재 학교에 출근해 학생들의 상담을 돕고 있으며, 자신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